고다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 있는 도서관의 소장 자료에는 20세기 초반 문서부터 소련의 우주 경쟁 시기 자료까지 포함돼 있으며, 이 자료들은 창고에 보관되거나 폐기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만 권의 책과 문서, 학술지를 보유한 나사(NASA) 최대 규모의 연구 도서관을 이번 주 금요일에 폐쇄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자료들이다.
나사 대변인 제이콥 리치먼드(Jacob Richmond)는 향후 60일 동안 도서관 소장 자료를 검토해 일부는 정부 창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치먼드는 “이 절차는 연방 기관이 연방 소유 재산을 적절하게 처분할 때 사용하는 기존 방식”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그린벨트(Greenbelt, Md.)에 위치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도서관의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조직 개편의 일부다. 이 개편에는 2026년 3월까지 1,270에이커, 약 514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캠퍼스에서 13개 건물과 100곳이 넘는 과학·공학 연구실을 폐쇄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나사 대변인 베서니 스티븐스(Bethany Stevens)는 “이번 조치는 폐쇄가 아니라 통합”이라며, 해당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계획돼 온 장기 재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스는 시설 폐쇄로 연간 약 1천만 달러, 약 130억 원을 절감하고, 미뤄져 있던 유지보수 비용 6,380만 달러, 약 830억 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미국을 대표하는 우주비행 연구 단지다. 고다드 웹사이트는 이곳을 “지구와 태양, 태양계와 우주를 연구하기 위한 우주선과 장비,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엔지니어·기술자들의 최대 조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올해 초 행정부의 이른바 도지(DOGE) 예산 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예산 삭감과 조기 퇴직, 명예퇴직으로 인해 고다드의 연방 공무원과 민간 계약 인력 수는 1만 명이 넘던 수준에서 6,600명으로 줄었다.
이번 도서관 폐쇄는 2022년 이후 미국 전역에서 나사 도서관 7곳이 문을 닫은 데 이은 것이다. 이 가운데 올해만 3곳이 폐쇄됐다. 다음 주가 되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글렌 연구센터(Glenn Research Center),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등 3곳만 운영을 이어가게 된다.
2022년에 수립된 종합 계획에는 고다드의 일부 시설을 통합하거나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스티븐스는 노후화됐거나 안전하지 않은 건물들이 폐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다드 직원들과 노조, 메릴랜드주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 중 캠퍼스에 사람이 거의 없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무계획적으로 폐쇄를 서둘렀으며, 새로운 건물 건설 계획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다드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인 고다드 엔지니어·과학자·기술자 협회(Goddard Engineers, Scientists and Technicians Association)는 우주선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장비와 전자 장비가 반출돼 폐기됐다고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밝혔다.
메릴랜드주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Chris Van Hollen)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나사 고다드와 그 인력을 공격하며 우주 탐사와 지구 이해, 경제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기술 발전 노력을 위협해왔다”며 “고다드에서 벌어지는 폐쇄 소식은 매우 우려스럽고, 고다드의 핵심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치에도 계속 맞서겠다”고 말했다.
금요일 이후 연구 지원이 필요한 직원들은 디지털 ‘사서에게 물어보세요(Ask a Librarian)’ 서비스나, 다른 연방 기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리치먼드는 설명했다.
조기 퇴직 프로그램으로 올해 고다드를 떠난 행성 과학자 데이브 윌리엄스(Dave Williams)는 이 도서관이 달 탐사와 그 이후 임무를 계획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중요한 자원이었다고 말했다. 고다드 소속이 아닌 외부 연구자들도 도서관을 이용하며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1960~1970년대 임무를 설명한 소련 로켓 과학자들의 책과, 유인 우주 탐사의 전성기에 수행된 나사 임무 실험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30년 넘게 윌리엄스는 이 도서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해 온라인 아카이브에 올려왔다. 그는 예를 들어 「우주선과 로켓 저널(The Journal of Spacecraft and Rockets)」에 실린 오래된 논문을 몇 시간씩 훑으며 아폴로 임무 실험에서 나온 원시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사 우주과학 데이터 조정 아카이브(Space Science Data Coordinated Archive)의 전 소장이기도 한 윌리엄스는 “이런 자료들은 온라인에서 그냥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자료는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았고, 최근의 과학·공학 학술지와 서적도 대부분 유료 장벽 뒤에 있어 도서관 밖에서는 접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과학자 산티아고 가쏘(Santiago Gassó) 역시 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왔다. 혼돈 이론을 공부하고 싶었을 때, 가쏘는 고다드 도서관에 가서 오래된 교재를 꺼내 앉아 읽었다고 말했다. 가쏘는 도서관의 조용한 공간과 천장까지 이어진 창문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가쏘는 “그곳에 가면 창의성이 크게 자극된다”며 “책장에 가서 책 하나를 집어 들고, 그 옆에 있는 책을 보는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둘러보게 된다”고 말했다.

2017년 열린 도서관 공개 행사. 이 도서관은 전년도에 ‘연방 도서관 올해의 도서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출처: NASA 고다드
나사 우주과학 데이터 조정 아카이브는 수개월째 접속이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도서관까지 문을 닫으면서, 나사는 과거의 역사와 미래 우주 임무에 필수적인 정보 모두를 잃고 있다고 윌리엄스와 다른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윌리엄스는 “지금 우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똑똑해진 것은 아니다”며 “사람은 같고, 같은 종류의 실수를 반복한다. 그 역사를 잃으면 같은 실수를 다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다드 직원 노조는 연구자들이 업무에 필수적인 온라인 학술지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캠퍼스의 21번 건물에는 도서관과 식당, 사무실이 함께 들어서 있는데, 이 건물은 금요일에 영구 폐쇄된다. 이에 따라 연구 자료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과학자, 기술자들이 연구실 밖에서 협업하던 만남의 공간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1959년에 설립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굵직한 역사를 갖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그린벨트 캠퍼스의 대형 무균 ‘클린룸’에서 설계·제작됐다. 최근에는 40억 달러, 약 5조 2천억 원 규모의 차세대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도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2027년 발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안은 이 사업의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다드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태양과 소행성, 화성 대기를 탐사하는 탐사선을 설계·제작해왔다. 또한 지구 대기와 빙하, 해양, 육지 표면의 변화를 기록하는 위성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데이터는 과학 연구와 재난 대응에 활용되고 있다. 현재 고다드에서는 금성과 토성의 위성 타이탄(Titan)을 탐사하는 우주선, 그리고 심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한 새로운 망원경 임무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의회에 제출된 예산 요구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나사 예산을 거의 25퍼센트 삭감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수백 명의 나사 직원이 항의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기후와 지구과학, 태양계 탐사, 천체물리학을 포함하는 나사의 과학 부문 예산은 73억 달러, 약 9조 5천억 원에서 39억 달러, 약 5조 원으로 47퍼센트 줄어들게 된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찬드라 엑스선 천문대(Chandra X-ray Observatory), 목성 탐사선 주노(Juno) 임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분포를 측정하는 두 기의 탄소관측위성(Orbiting Carbon Observatories) 등 현재 운영 중인 19개 과학 임무가 중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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